그냥 내 생각

아파봤던 사람들이 가지는 힘/능력 (feat. 유재석의 <말하는대로>)

kwonhk0102 2020. 5. 11. 09:00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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유재석과 이적, 처진달팽이가 부른 <말하는대로>라는 곡을 모두다 아실 겁니다. 2011년 <무한도전 -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>에서 부른 곡이죠. 유재석의 20대를 담은 노래인데요. 거의 10년이 다되가는 와중에 아직까지 이 곡이 가진 힘은 대단합니다. 오늘 저는 이 곡이 가진 '특별한 힘'에 대해 얘기해보려 합니다. 워낙 음악을 좋아해서 여러 위로곡들을 알고 있지만 이 곡만큼 강렬한 곡은 여태 없는 것 같아요. 왜 그럴까요?

 

 

출처: https://youtu.be/-AonO5W1ZO8


<말하는대로>는 유재석만이 소화할 수 있는 곡입니다. 어떤 가수가 커버를 기가 막히게 해도 메시지가 전달 될 수 없어요. 유재석의 이야기이기 때문이죠. 

20살에 데뷔한 개그맨 유재석. 개그맨이란 어릴 적 꿈을 그 누구보다 빨리 이뤘지만 오히려 그의 향후 10년을 암흑과 같은 터널을 보내게 된 그. 데뷔와 동시에 스타가 될 거라는 기대와는 달리 그는 승승장구하는 동기들의 뒷 모습을 봐야했습니다. 누구보다 성공을 원했지만 이러한 그의 간절함은 그를 불안하게만 만들었지요. 하는 것마다 자꾸만 어긋나고, 방송일이 잘 풀리지 않고, 시간이 갈수록 원하는 것과 멀어져갔습니다. '왜 남들은 다 잘만 하는데 나는 왜 안될까. 나는 왜 점점 멀어져갈까' 고민만 많아졌죠. 

 


유재석의 20대는 이처럼 암울했습니다. 하는 것 없이 고민만 할 때였죠. 그렇기 때문에 이 노래를 정확하게 전달할 수 있습니다. 내가 느꼈던 감정을, 과거에 느꼈던 감정을 그대로 전달할 수 있는거죠. 그래서 진심을 전할 수 있는 겁니다. 이와 같은 고민을 해본 적 없는 사람들은 느낌을 전달 할 수 없습니다. 화려한 악기와 보컬처럼 가공된 무언가는 날 것의 진심을 전달하기엔 방해가 됩니다. 때문에 유재석의 서투르고 어설픈 보컬이지만 그 어떤 웅장한 악기보다 선명한 진심을 전달할 수 있는 겁니다. 그는 이노래에서 이렇게 말합니다.

"나도 했으니 너희도 할 수 있어. 나도 너희처럼 방황하고 힘들 때가 있었어."

꾸준히 성공하고 성취한 사람들은 이해할 수가 없습니다. 왜냐하면 자신은 과거에도 현명했고 운 좋게 잘 풀려왔기 때문이죠. 이런 사람들은 위의 감정을 공감하고 싶어도 할 수가 없습니다. 노래를 아무리 잘하고, 돈을 그 누구보다 많이 벌어도 이 같은 감정의 구역에선 '태'가 안나는 거죠. 그래서 가수들이 똑바른 음정과 여러 악기들을 써가며 편곡을 해도 유재석만큼 노래를 할 수가 없는 겁니다. 항상 무언가의 형태는 본질의 힘을 따라갈 수 없습니다. 부가적일뿐.

 



상처가 많은 사람들은 과거에 아픈 기억을 딛고 다른 사람들을 돌볼 수가 있습니다. 그들의 아픔에 공감을 해줄 수가 있죠. 그들은 단순히 "다 잘될거야"가 아니라 "나도 그랬었어. 많이 아프지? 얼마나 아픈지 난 알아. 나도 아파봤거든. 난 너를 이해할 수 있어"라고 할 수 있는 겁니다. 또 듣는 사람들은 이런 말을 들으면 '나만 그런게 아니구나'하고 동질감을 느꺼요. 동질감을 가지면 그때부턴 편안함을 느끼죠. 그렇게 마음의 짐을 덜기 시작합니다. 특히 유재석처럼 동경하는 사람들이 그런 말을 해주면 더욱 큰 위로가 되죠. 이러한 위로를 통해 마음의 짐을 덜 수 있게 되면 아픔을 딛고 일어날 수 있는 최소한의 힘을 낼 수가 있습니다.

이처럼 진심을 담아, 자신의 경험을 토대로, 공감할 수 있는 것은 '힘이고 능력'입니다. 그 누구도 감히 쉽게 가질 수 없는 것이죠. 책으로 읽거나 본다고해서 얻을 수 있는 능력이 아닙니다. 단순히 배운다고해서 되는게 아니죠. 선택받는 몇몇에게만 주어지는 힘이에요. 실제로 경험하지 않으면 알 수 없습니다. 그렇기 때문에 '특별한 힘'입니다.

 


저는 다른 사람들보다 마음의 과녁이 좀 넓은 편입니다. 무심코 던진 말도 듣게 되는, 그래서 가끔 더 많은 화살이 되서 꽂히는, 그런 과녁이요. 예전엔 단순히 약한 자신이라고 생각했습니다. 약점뿐인. 하지만 여기서 얻을 수 있는 장점과 긍정적인 면을 생각하다보니 공감을 떠올릴 수 있었습니다. 나도 상처받아봤기에 저들이 어떤 생각을 하는지 짐작이 가는거지요. 또 같은 상황에 놓여봤기에 저들이 말로는 할 수 없지만 가장 필요한 것이 뭔지도 알 수 있습니다. 저들에겐 일어날 수 있는 해결책이 필요하기보단 아픔을 딛고 일어날 수 있도록 짐을 먼저 덜어주는 것입니다. 공감을 통해서요. 같은 공감의 말을 해도 경험해본 사람과 그렇지 못한 사람이 가지는 말의 무게는 천지차이입니다.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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